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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으면서 읽어보세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고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jfif

​  독서광 남경호

“청소행정과 전화 받았습니다.”

“예, 여기 약국입니다.”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요즘 비닐봉투를 약국에서 무상으로 손님께 제공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예~ 그런데요?”

“약국 같은 경우에는 도매상에서 약품이 배송될 때 비닐봉지에  담겨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비닐봉지들을 그냥 버리는 것 또한 자원 낭비일 것 같습니다. 이것들을 손님께서 약을 담아가실 때 사용하시게 무상으로 제공해 드리는 것도 문제가 됩니까?”

“아~

정부정책이 그렇습니다. 환경공해를 막기 위한 일환으로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드리는 것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말 환경공해를 막기 위한다면 그 비닐봉지들이 그냥 버려지는 것보다는 한 번 더 세상에 보탬이 되고 사라지는 것이, 귀한 석유 사용해가면서 힘들게 만들어진 비닐봉지들에게 보람찬 최후가 되지 않을까요? 종이봉투나 에코백들의 경우 만드는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종이봉투는 3번 에코백은 131번 이상을 사용해야 비닐봉지보다 메리트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닐봉투를 한번만 사용하고 버린다면, 진정한 환경보호는 아닐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약사님.. 나라의 지시사항이 그러해서 제가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

  2017년 3월 16일부터 ‘1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사두었던 비닐봉투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로이 종이봉투나 바이오플라스틱봉투(생분해성 수지제품 EL724 인증제품)에 약들을 담아서 줘야하고 기존의 1회용 비닐봉투는 유상으로 판매하지 않으면 계고 없이 과태료(5~200만원)를 부과하겠다는 나라의 준엄한 법을 접하고서, 1회용으로 한번만 사용되고 버려지는 비닐봉투들을 재활용하는 것도 불법인지 궁금해서 몇 년 전에 구청의 청소행정과 직원분과 통화한 내용입니다.

 

  2021년 4월1일부터는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재포장 금지법’이 시행이 되었습니다. 합성수지 재질(합성수지가 함유된 생분해성수지제품 포함)의 필름 시트로 건강기능식품과 의약외품류 3개 이하를 묶어서 팔면 안 된다는 법입니다. (일반의약품은 상관없음)

위반 시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3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는 무시무시한 법입니다. 종이로 된 띠 형태 등은 가능하다고 해서 기존에 비치된 제품들의 비닐포장들을 모두 버리고 종이상자나 종이 띠지로 둘러싸는 작업을 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썩지 않는 비닐봉투를 대신해서 종이봉투 또는 바이오플라스틱봉투를 사용하는 것이 지구를 위한다는 생각은 과연 맞는 말일까 의문이 들던 차에 접하게 된 책이 마이클 셀렌버거(Michael Shellenberger)의「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우리들이 알고 있는 환경보호의 구호들이 정확한 데이터는 외면한 채 몇몇 이익집단들의 로비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기후종말론이라는 종교(?)에 빠진 기후 양치기 소년들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산 채로 불 위에 거꾸로 얹어서 거북 껍질을 떼어 낸 뒤 바다에 내던져지던 대모거북(Hawksbill Turtle)을 멸종위기에서 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플라스틱 빨대의 원료인 플라스틱의 발명이었다.

고래를 멸종에서 구한 것은 거대한 포경선의 앞을 호기롭게 가로막아선 그린피스의 고무보트가 아니라 석유와 식물성 기름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부터였다.

숨 막힐 듯한 가축 과밀 사육이 더 넓은 목초지를 필요 없게 만듦으로써 숲의 파괴를 막았다.

나무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석탄을 이용한 난방을 시작하면서 땔감 준비로 낭비되던 시간이 줄어들면서 생긴 시간적 여유는 단순 노동 집약적인 농사를 짓던 시골에 일자리를 감소시켰고, 사람들은 점차 도시 근로자가 되었으며 더 부유해졌고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아이도 덜 낳게 되었다. 이로 인해 마침내 멈출 줄 모르던 인구성장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석탄으로 산업혁명을 이룬 서구 선진국들이 이제야 경제발전의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프리카 빈국들의 수력발전용 댐 건설을 방해하는 이유는 뭔가?

원자력 발전 없이 수소자동차나 전기자동차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화석 연료와 바이오매스를 연소시키면서 발생하는 미세물질에 의한 대기 오염으로 수명이 단축되는 사람이 미국에서만 연간 420만 명이다. 27만 명이 걷다가 죽고 135만 명이 운전하다가 죽으며 230만 명이 일하다 죽는다. 반면 원자력으로 인한 사망자는 체르노빌사고를 포함해서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모두 합쳐서 100명을 겨우 넘는다.

신재생 에너지는 원자력 에너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는 낮고 간헐적 에너지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며,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은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또한 폐기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원 역시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자국의 플라스틱 공해를 해결하기위해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재활용하거나, 소각 처리할 시설도 없는 제3세계에 수출(?)을 하는 선진국들 행태는 정당한가?

아마존의 대형 화재는 지구의 허파가 사라지는 일이라고 비판하는데, 정작 브라질의 가난한 농부들이 힘들게 화전을 일구며 재배한 값싼 농산물을 유럽 시장에서 몰아내고픈 유럽 농부들의 입김은 전혀 없었는가?

“아마존 기부금 따위 도로 들고 가서 당신네 나라에나 나무를 심으시오!!”

  -보우소나루 브라질대통령-

  이 책을 읽은 후, 원자력은 나쁜 것이고 친환경은 절대 선이며 신재생에너지만이 지구를 구하는 길이라는 환경보호에 대한 저의 막연한 생각들이 깡그리 부서졌습니다.

생분해 비닐(일명 바이오 플라스틱)은 드링크 상자처럼 무겁고 표면이 거친 물건이 스치기만 해도 쉽게 찢어집니다. 그 봉투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석유와 옥수수 전분이 허무하게 낭비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바이오니 천연이니 하는 말을 붙이면 막연히 더 좋은 거라고 여기곤 하는데, 바이오라는 말은 그저 원자재를 어디서 얻었는지를 표현하는 말일뿐입니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이니 원유를 소재로 한 플라스틱 제품만큼이나 지속성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사 적당한 햇볕과 풍화작용이 가해져 빠르게 생분해된다고 할지라도 분해되는 과정에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하는데, 그 양은 일반 플라스틱보다도 더 많은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합니다.

또 그 바이오 비닐 원료로 사용되는 옥수수나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더 많은 숲이 사라져야합니다. 그러나 비닐플라스틱은 석유와 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추가로 농경지나 삼림을 파괴할 필요가 없습니다.

 

  분해가 되지 않는 비닐플라스틱을 처리할 방법은 소각(incineration), 매립(landfill), 또는 재활용(recycling)의 세 가지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소각시설은 가난한 나라나 인구가 적은 곳에 주로 설치되며, 소각과정에서 수천 가지 오염 물질이 방출될 수 있습니다. 소각장 작업자와 시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특히 노출 위험이 많습니다. 소각로의 오염에 노출된 사람들은 애초에 비닐 폐기물에 대한 책임이 가장 작은 사람들이지만 그 영향을 가장 많이 짊어지게 됩니다.

매립 또한 부지 확보와 악취 발생 문제로 쉽지 않습니다. 2018년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으며, 2019년 필리핀에서는 컨테이너 51개 분량의 쓰레기를 한국이 되가져가라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책임감 있는 생산, 소비, 재사용 및 회수를 통해 쓰레기의 배출을 줄이는 것이 최상의 해결책입니다.

  저는 약사로서 진짜 환경보호를 위한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도매상에서 약품 배송 시 약을 담아오는 비닐봉투를 손님들께 다시 드릴 수 있도록 재활용을 장려하자는 겁니다.

둘째, 대체조제 시 처방전을 팩스가 아닌 e-mail로 보내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지금은 대체를 하면 그 처방전을 팩스로 3일안에 병원에 보내게 되어있지만 병원에 팩스가 없거나 전원이 off 상태인 경우도 많습니다. e-mail로 통일하면 종이 낭비도 막고 분쟁 시 바로 증빙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비닐사용은 줄이자고 하면서 나무로 만들어지는 A4지의 낭비는 왜 걱정하지 않는지 묻고 싶습니다.

셋째, '재포장 금지법'은 일견 환경을 보호하는 것 같지만 제약사에서 출시할 때부터 법망을 피해 4개 묶음으로 포장 생산한다면 법의 취지가 무색해질 뿐만 아니라, 이 법 이전에는 벌크 포장으로 출시되던 것이 오히려 소량씩 묶음으로 출시되므로 플라스틱 쓰레기는 더 많이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 만들어진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우유 빨대를 없앤 초등학생의 편지처럼 소아용 시럽에 같이 딸려오는 주사기나 스푼, 컵 등을 모아 제약회사에 보냄으로써 제품을 만들 때부터 딱히 필요가 없는 것들은 생산을 안 하도록 유도합시다.

다섯째, 제약회사에서 매년 겨울철이면 새로이 공급되는 립케어 매대는 받지 말고 기존 것들을 재활용합시다.

여섯째, 서비스라는 이름하에 약국 가에 만연한 무료로 손님께 드리는 음료수 드링크나 마스크 같은 것들은 환경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약국 간 정당한 경쟁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비닐봉투 무상 제공 금지가 외부에서 가해지는 규제라면, 서비스(?) 무상제공 금지는 약사 내부에서 만들고 지켜나가야 할 규제입니다. 오로지 정확한 조제와 복약지도만이 손님들에게 공정한 선택을 받는 길임을 스스로 인식할 때 환경뿐만 아니라 약사의 자존심도 지켜질 것입니다.

일곱째, 약업박람회 등에서 무수히 버려지는 쇼핑백이나 비닐 포장지등을 여행가방 가득히 수거해서 재활용하자는 겁니다. 또한 저 같은 경우는 드시모네 비닐포장지 같은 걸로 책꺼풀을 깔끔하게 하고 있는데 책을 읽을 때마다 손에서 느껴지는 비닐플라스틱의 미끈함이 재활용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찐! 지구사랑을 실천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저 하나 이런다고 지구가 당장 깨끗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빠진 사람들에게 알려줘야죠, 약사들은 이렇게라도 진정한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다고..

  1722년 4월 5일 부활절, 네덜란드 탐험가 로헤벤이 칠레에서 범선을 타고 출발하여 17일 만에 제주도의 10분의 1 크기 밖에 되지 않는 태평양에 홀로 떨어진 이스터 섬에 도착했습니다. 섬에는 나무가 거의 없었고 간혹 눈에 띄는 나무도 3미터가 넘지 않았습니다. 오직 모아이석상들만 덩그러니 서 있고, 소수의 사람들은 식인(食人)까지 하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모아이석상들은 정말 외계인이 만들어 놓은 걸까요?

A.D.900년경에 인간이 처음 섬에 발을 디딘 이래로, 모아이 석상들을 만들던 1000~1600년 당시만 해도 인구가 최대 3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11개로 나눠진 씨족들 간에 상대를 압도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거대한 모아이 석상들을 경쟁적으로 만들다보니 조각한 석상의 운반과 세우기를 위해 더 많은 나무와 나무껍질로 만든 밧줄이 필요했고, 또 씨족간의 전쟁에서 시야 확보를 위해 숲을 불태웠습니다.

'나무가 있어야 배를 타고 나가서 물고기라도 잡고, 외부 섬들과 교역이라도 할 텐데..'

'나무가 있어야 나무가 만든 그늘에서 자란 풀뿌리들이 토양이 바다로 유실되지 않도록 붙잡아 둘 텐데..'

 

이스터 섬의 족장들은 믿었을 겁니다.

모아이 석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 이스터 섬을 위하는 길이라고..

  어떻게 보면 지구는 거대한 우주의 이스터 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빠져 지금처럼 종이빨대를 사용한다면 지구의 모든 숲들이 언젠가는 사라질 것입니다.

바이오플라스틱의 원료로 쓰일 옥수수 재배를 위해, 대체조제를 알리는 팩스용지를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며 종이봉투를 만들기 위해, 숯불구이용 숯을 만들기 위해, 윤전기에서 인쇄되자마자 과일 포장지로 수출되는 신문지를 만들기 위해, 호화 목조주택을 짓기 위해,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만들기 위해, 친환경 올림픽이라는 슬로건을 알리려고 골판지 침대를 만들기 위해….

  올겨울, 신상 립케어 매대로 교체 없이 기존 매대를 재활용하시는 약사님께서 열 분 만이라도 계셔주신다면, 저의 졸필이 실릴 종이 석장을 기꺼이 내어준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을 듯합니다. 끝으로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문명의 붕괴」속 글귀로 글을 맺고자합니다.

‘이스터섬 사람들은 마지막 남은 한 그루의 나무를 베면서 뭐라고 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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